호치민에 가면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꾸찌터널이었다.
호치민시를 방문하며 사전 정보를 좀 찾아봤을 때 가장 흥미로운 곳이었는데,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의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한가지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곳이다. 이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에 북베트남의 병력과 이를 지원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미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만든 지하 터널인데, 그 길이가 총 250km에 달하고 캄보디아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길이이다. 특히 이 터널은 뭐랄까 조직적으로 혹은 대대적으로 공사를 해서 만든게 아니고 1946년부터 1968년까지 20여년동안 베트남 사람들이 손으로 또는 손도구 하나 정도로 만들어진 특별한 곳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이 터널의 역사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투어를 신청해 참여하였다. 투어 신청한 곳은 지난번 메콩강 투어를 다녀오며 좋은 인상을 받았던 SST Travel에서 신청하였고, 25명짜리 그룹투어는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고 13명짜리 투어도 있어 그걸로 선택했다. 꾸찌 터널은 꾸찌라는 지역에 있는 터널이라 그렇게 이름 붙여졌는데, 호치민시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져있고 차로 1시간 넘게 달려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 메콩강 투어기록: https://hienan-story.tistory.com/m/entry/%EB%B2%A0%ED%8A%B8%EB%82%A8-%EC%83%9D%ED%99%9C-%ED%98%B8%EC%B9%98%EB%AF%BC-2%EC%A3%BC%EC%82%B4%EA%B8%B07-%EC%95%8C%EC%B0%BC%EB%8D%98-%EB%A9%94%EC%BD%A9%EA%B0%95-1%EC%9D%BC-%ED%88%AC%EC%96%B4-%ED%98%B8%EC%B9%98%EB%AF%BC-%EC%B6%9C%EB%B0%9C
중간에 베트남 전쟁 당시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의 영향으로 장애가 생긴 베트남 사람들이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공장에도 투어 프로그램중 하나로 방문했는데, 공예품이 다양하고 퀄리티도 좋긴했는데 가격이 매우 비쌌다. 고엽제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 장애인들을 위한 기금으로도 일부 수익이 쓰인다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긴했지만 구매를 하진 않았다. 액자나 코스터 등의 장식품이 대부분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가면 이제 진짜 꾸찌 터널에 도착한다.
우선 지도를 보며 이 땅굴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를 보고, 땅굴의 입구에 들어가서 사진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관광지화..) 실제 베트남 전쟁 당시 쓰였던 탱크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베트남 전쟁에 쓰인 각종 부비트랩들을 구경했다. 가이드가 해당 부비트랩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상세히 설명해줌.. 부비트랩들이 끔찍하긴 했지만 미군이 투하한 폭탄을 생각하면 별것도 아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미군들이 정글에서 갑자기 이런 부비트랩들을 만나면 정말 끔찍할 것 같긴했다 한시도 편하게 다니지 못했을 듯..
부비트랩 체험을 끝나고 나면 총기 사격장으로 가는데, 사실 꾸찌 터널 구역에 들어온 이후로 부터 계속 사격하는 소리가 쾅쾅쾅 하면서 계속 들렸는데 그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당시 전쟁상황을 재연해 관광객들에게 전쟁당시의 끔직함을 더 잘 느끼게 하기 위해 총소리를 방음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말로 사격총과 권총 소리가 연달아 들리거나 규칙성 없이 끊임없이 총성이 들려서 사실 좀 무서웠다. 마치 전쟁터에 있는 것 같은 기분. (왠지 그냥 돈이 없어서 방음시설 안지었을 것 같지만 좋은 핑계 + 오히려 정말 전쟁터 체험하는 것 같다) 내 일행은 사격은 하지 않고 그냥 바깥에서 다른 투어 참가자들을 기다리며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꾸찌 땅굴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꾸찌 터널의 내부는 가로 80cm, 세로 50cm의 협소한 통로로 이루어져 있고 실제로 땅꿀에 들어가 이동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20m / 40m / 100m 마다 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이게 정말 터널 체험인데, 정말 좁고 어둡다. 지금은 조명이 있지만 그때는 조명도 없었다고 하니 정말 어떻게 다녔을까 싶다... 너무 좁고 습하고 답답한데 정말 통로가 쭉 이어져있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20m나 40m 정도만 하고 올라갔지만 나는 아직 팔팔하니까(?) 100m까지 쭉 가보았다. 가는 길은 정말 너무 좁고 엎드려서 기어가야해서 팔부분이 살짝 긁히기도 했다. (이 체험을 하려면 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추천한다) 보통 체격의 여성인 나에게도 좁게 느껴지는 이 통로는 사실 관광객을 위해 조금 넓힌거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당시 평균적으로 여자키가 140cm에 몸무게는 30~35kg, 남자는 150cm 정도였다고 하니 구멍은 더 작았을 것 같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당시 전쟁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상상만해도 너무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100m를 통과해서 나오면 여전히 지하이지만 그래도 땅에 가까운 곳에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작은 공간을 보았다. 부엌은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연기가 들키지 않게끔 몇 단계에 거쳐 연기가 올라가는 구멍을 만들고, 땅위에서는 낙엽등으로 연기가 나오는 곳을 덮었다고 한다. 그리고 들키지 않기 위해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만 요리를 했기 때문에 거의 들키지 않았다고 한다.
투어가 종료되고 나서 정말 투어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따로 그냥 왔더라면 꾸찌 땅굴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거고 꾸찌 터널 체험 구역에서도 뭣도 모르고 둘러보고 나왔을 것 같다. 투어가이드는 Robert라는 청년이었는데 2004년 생이랬나.. 하여튼 엄청 어렸다, 근데도 영어도 유창하고 재치있게 투어를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내용도 꽤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좋았다. 가끔 아저씨 개그같은 걸 치는데 그것도 나름 귀여웠음 ㅋㅋ
호치민시에 여행을 온다면 베트남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이 꾸찌터널은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씩 베트남 전쟁의 역사에 대해 듣고 생각하다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랑 비슷한 점도 많고 뭐랄까 집요하다고 해야할까? 근성이 있는 민족같다.
다음 호치민 여행기는 호치민의 청담동 타오디엔에서 맛있는 거 먹고 쇼핑하고 재밌게 논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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