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혠안입니다.
하노이 근교에 여행하기 좋은 도자기 마을 밧쨩에 대해 소개해드리는 글을 몇 편 올렸는데요.
마침 베트남 친구중에 밧쨩이 고향인 친구가 있어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었고, 그래서 현지인이 아니라면 잘 모를만한 밧쨩 가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에 가보았어요. 실제로 이 식당은 밧쨩에서 대대로 살아온 가족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구글맵에서 찾아보면 나오긴 하는데 식당 같아 보이지 않은 신기한 곳이에요.
구글에는 Lam Duc's authentic family meal이라고 식당명이 되어 있어요. 주소도 공유해드릴게요.
- 식당주소: https://maps.app.goo.gl/rymeYxf9SdDrXRVy5
식당의 디자인이랄까.. 내부 모습은 정말 베트남의 오래된 가정집 느낌이었어요. 아 물론 일반 가정집은 아니고 부잣집!
고풍스러운 나무 의자와 제사단, 장식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니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차를 권하셔서 마셨는데, 특이하게 이 곳의 차는 잎이 아닌 핫(베트남어로 씨앗)으로 만든 차를 즐겨마신다고 해요. 한국으로 생각하면 약간 결명자차 같은 느낌..?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미리 친구가 전화로 예약을 해 놓았고 밧짱의 전통 음식들도 미리 주문을 해 놓아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특별히 주문한 음식중에는 밧짱의 전통음식도 있었는데요. 바로 오징어 죽순 탕입니다. 베트남어로는 까잉망믁(canh măng mực) 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를 해석해보면 말 그대로 국 + 죽순 + 오징어 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정말 생소한 이름일 것 같은 데, 실제로 음식을 보면 더더욱 생소합니다.
이 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말린 재료를 사용하는데, 말린 오징어채와 말린 후 얇게 썬 죽순을 사용합니다. 언뜻 보면 국수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면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얇게 보이는 것들이 모두 죽순과 오징어 입니다.
이 음식을 만드는데는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저는 사실 베트남에서 식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죽순을 잘 먹지 못하는데, 보통 발효시켜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된 죽순은 말린 후 다시 탕을 만들기 위해서 거의 5시간 동안 손질하고 끓인다고 하는데, 3번 이상 끓여내기 때문에 죽순의 비릿한 향은 사라지고 질긴 섬유질 또한 씹기 기분좋은 정도의 식감으로 바뀌게 됩니다.
식감으로 얘기하자면 말린 오징어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조금 질기고 쫄긴한 식감인데, 질기다는 느낌보다는 씹는 재미가 있는 한국에서 자주 먹는 진미채 정도의 식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밧쨩에서는 보통 이 음식을 특별한 날에 먹는다고 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 처럼 조리하는데 5시간이나 걸리니 평소에는 먹기 힘든 음식이겠죠? 결혼식이나 제사 등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 이 음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죽순의 노란색이 오징어와 탕의 국물까지 물들여 노란 빛을 띄는 이 탕은 국물도 생각보다 향긋한 죽순의 향과 오징어의 고소한 맛이 나서 맛있어요. 육수를 우리는데는 닭고기 또는 돼지뼈를 사용하고, 새우도 넣는다고 해요. 단순해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하지 않은 국이었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밧짱의 전통음식인 오징어 죽순 탕과 함께 베트남 가정식이 한상 차림으로 나오는데요. 가운데 파인애플이 보이는 음식은 샐러드인데, 오이와 파인애플 등에 느억맘소스로 양념을 했는데 새콤하고 아삭해서 입맛을 돋워주었어요.
그리고 분짜가 나왔는데, 여기서 구운고기는 없이 넴이 나왔고 야채와 분(쌀국수)를 넴과 함께 중간에 보이는 느억맘소스에 찍어서 먹습니다. 느억맘소스에는 당근과 그린파파야가 들어가 있어요. 한국사람들은 파파야를 식재료로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라고 착각할 수 있는 하얀색 네모가 바로 파파야입니다. 태국의 샐러드인 쏨땀에 들어가는 파파야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나머지 한개 음식은 튀긴 빵과 소고기 볶음이었는데, 빵은 튀겨서 겉은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러운데 약간의 단맛이 가미되어 있었고 간장소스로 볶은 소고기는 호불호없이 다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먹은 밧쨩의 전통음식은 쌀로 만든 디저트인데요. 쩨꼼(chè cốm)이라고 쩨는 베트남 전통 디저트를 뜻하는 단어이고 꼼은 어린 찹쌀로 만든 밥인데 이것도 역시 디저트로 먹습니다. 녹두를 넣은 단 국물이 쩨이고 여기에 꼼을 넣어서 먹는게 아주 새로운 느낌의 디저트였어요. 보통 하노이의 여름에 쩨는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만든 후 과일이나 젤리 등 단 디저트를 추가하여 먹는데, 꼼을 넣어 먹기는 처음이었어요. 꼼은 사실 하노이의 가을에 나는 특산음식인데, 밧짱에서는 쩨에 넣어서 디저트로 먹는다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특히 여름이 아닌 가을이다보니 이 쩨를 정말 만들자마자 뜨거운 상태로 받았는데, 차갑지 않은 쩨를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달달하면서 꼼의 씹히는 식감이 어우러져서 생각보다 별미였고 날씨가 선선해져서 따뜻한 쩨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의 디저트인 쩨를 좋아 하신다면 밧짱에서도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베트남 음식은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요리가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밧짱은 사실 하노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하노이와 식문화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지 친구와 오니 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밧짱 도자기 마을에 놀러오신다면 점심이나 저녁으로 특별한 밧짱 전통음식을 한번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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