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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이프

하노이 장기 거주자의 끼니 : 나의 쏘이(xôi) 사랑

by 혠안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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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학교나 회사들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다보니 사람들이 아침을 만들어 먹을 시간도 없고, 또 길거리에서 간단하게 사서 먹을 수 있는 식문화가 많이 발달되다보니 다들 아침에 출근하며 등교하며 반미, 퍼보, 쏘이등을 사서 간단하게 먹는다.

그 중에서 쏘이(xôi)는 찹쌀로 된 음식인데, 바나나잎에 쌓여서 주먹밥식으로 파는 곳도 있고, 일회용 용기에 쏘이(찹쌀)와 원하는 재료를 추가해서 사 먹을수도 있다.

 

나는 원래 국수나 빵보다는 밥 종류를 좋아해서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에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인 퍼보(소고기 쌀국수) 보다는 쌀(찹쌀이지만..)이 들어가면서 더 간단하고 재료가 다채로운 쏘이를 훨씬 좋아한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렌트카 기사 아저씨가 아내가 아침에 쏘이 가게를 운영한다면서 매일 아침 쏘이를 하나씩 다른 종류로 가져와 준 덕분에 베트남 쏘이의 맛에 눈을 뜨게 되었다.

쏘이는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기사 아저씨네 가게는 바나나잎에 싼 땅콩이나 녹두, 옥수수가 들어간 쏘이를 팔아서 고기가 없이 담백한 쏘이를 맛보라고 가지고 왔다. 아침에 베트남어 공부하러 학원에 가려고 차에 타면 쏘이를 담은 봉투를 의자 걸이에 걸어 나를 맞아주었다. 거의 일주일 동안 각기 다른 쏘이를 맛본 후 아저씨가 계속 가져다주겠다고 했지만 원래 아침을 잘 안먹기도 하고, 베트남에 와서 살을 좀 빼가자라는 생각이 있었어서 조심스레 거절했다. 하지만 아침마다 가져다 주신 쏘이는 감사히 먹었고 정말 맛도 있었다.

각기 다른 토핑의 쏘이를 하나씩 맛봤다


아침으로 가져다 주는 것을 거절하긴 했지만, 덕분에 쏘이의 맛을 알게 되었고 내가 먹었던 담백한 쏘이 외에도 고기를 더해 먹을 수도 있고 다양한 종류의 쏘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노이 길거리에서도 그렇고 어디에서나 쏘이를 파는 가게를 꽤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사실 맛이 특별히 더 맛있고 할 건 없는 것 같다. 짭짤하고 쫄깃한 찹쌀에 고기나 소세지, 말린 돼지고기 등 각종 재료를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어 학원 앞에도 길거리 쏘이집이 하나 있었고, 골목을 지나 조금 큰 길로 들어서면 거기에는 길거리보다는 조금 더 식당 같은, 하지만 여전히 조그마한 쏘이 가게가 있었다. 나는 그 두군데 쏘이집에서 종종 아침 또는 점심으로 쏘이를 사서 먹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간장에 조린 돼지고기를 올린 쏘이였다. 그 짭짤한 고기 위에 마요네즈와 쓰리라차 소스를 섞은 것 같은 맛이 나는 소스도 듬뿍 뿌려주는데 그게 참 별미였다. 게다가 오이와 무 절임도 같이 넣어줘서 너무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소스가 듬뿍 들어간 고기를 올린 쏘이


가끔 아침에 일어나 배가 고픈데 아무것도 없을 때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그랩 배달을 통해 쏘이를 시켜먹은적도 있다. 집에서 먹는거니 다 넣어보자해서 풀옵션으로 시켜봤는데, 동그란 종이로된 일회용 용기에 쏘이를 먼저 깔고 고기, 소세지, 계란까지 아주 럭셔리하게 풀 옵션으로 먹었다. 그렇게 풀옵션으로 먹어도 비싸야 5~6만동(3천원)이니 아주 저렴하다.

이렇게 모든 재료를 더해도 비싸야 6만동(3천원)!


호치민시에 갔을 때 숙소가 공항 근처여서 공항 근처의 쏘이집을 찾아갔는데, 여긴 베트남 MZ 세대의 감성 넘치는 쏘이집이었다. 아기자기하고 푸릇 푸릇한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쏘이가 나오니 약간 어색했지만 항상 내가 먹던 그 맛이라 만족했던 기억. 호치민은 쏘이집도 너무 예쁘다며 감탄을 했다.

호치민에서 먹었던 쏘이
호치민의 감성 넘치는 쏘이집


쌀국수와 반미밖에 몰랐던 나에게 쏘이는 또 한 걸음 베트남의 실제 현지 생활에 가까워질 수 있는 하나의 매개였달까. 하하 모르겠고 쏘이는 너무 맛있다! 베트남의 아침식사로 쏘이도 한번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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