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은 자신들의 음식 문화에 대해 꽤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쌀국수와 반미 뿐만 아니라 각 지방마다 특색있는 음식이 있어서, 내가 베트남 친구에게 어느 지역을 여행간다고 하면 거기 가서 이 음식을 꼭 먹어라 하는 이야기부터 한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은 무엇일까?
소고기 쌀국수도 있고, 생선 튀김인 짜까도 언뜻 떠오르긴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하노이의 대표 음식은 분짜이다. 왜? 일단 제일 맛있고(매우 주관적이지만 많은 친구들이 동의 한 내용이다.) 가격도 저렴하며, 어디에서나 맛있는 분짜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어 많은 하노이 사람들이 즐겨 먹기 때문이다. 가격은 현지 식당에서 먹으면 3만 5천동~4만동, 한국 돈 2천원 정도면 훌륭한 분짜를 먹을 수 있다. 저 가격에 고기, 국수, 야채까지 잔뜩 나오니 그야말로 혜자 음식이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메뉴 중에 분짜를 보기는 봤던 것 같은데, 실제로 주문을 해서 먹어봤을 때는 하노이에서 먹었던 분짜와 비슷한 걸 본 적이 없다. 한국식으로 한국인 입맛에 변형된 분짜인 걸까, 아니면 내가 익숙한 하노이식이 아닌 남부 지방식으로 만든 분짜인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분짜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이고, 정통 하노이식 분짜가 맛있다는 것. 베트남 사람들도 그렇게 인정하는지, 호치민시에 여행갔을 때도 아예 하노이식이라고 붙여놓고 분짜를 파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못찾았지만 한국에서 하노이 분짜를 파는 곳을 아신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분짜의 구성은 고기, 쌀국수, 잎채소 그리고 느억맘 소스이다. 여기서 고기는 보통 돼지 고기인데 가게에 따라 삼겹살 같은 부위를 구워주거나, 다진 고기를 동그랗게 말아 구워주거나, 기름기 없는 부위만 따로 나오거나 혹은 그 모두가 같이 나오거나 등 각양각색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공통점은 숯불에 잘 구워져 불향이 살아있는 고기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핵심적인 재료는 바로 느억맘 소스인데, 이 느억맘 소스의 맛에 따라 맛집이 판별된다. 느억맘 소스는 피쉬 소스에 고추, 마늘, 그린 파파야, 당근을 넣고 설탕과 라임즙을 넣어 가게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배합하여 만든다. 한국에서 느억맘 소스는 찍어먹는 소스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하노이에서는 거의 국물처럼 나와서 고기와 잎채소, 쌀국수를 말아 먹는다. 하노이에서는 아예 처음 부터 느억맘 소스에 고기가 말아져서 나오는 곳도 꽤 많다.
느억맘 소스, 아니 국물에 상추나 시소(일본 깻잎)를 손으로 찢어 넣고, 기호에 따라 고수나 민트 계열 허브, 또는 향이 강한 여러 허브들을 넣은 후 고기와 쌀국수를 말아 느억맘 소스에 들어있는 얇게 썰린 파파야와 함께 먹으면 정말 환상이다. 고기의 불향을 느끼며 느억맘 소스의 새콤 달콤함과 감칠맛에 허브들의 향까지 더해져서 아주 맛이 다채롭다. 거기다 부드러운 고기와 아삭 단단한 파파야가 씹히는 식감도 조화롭다.
내가 베트남에 꽤 오래있었고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녀왔다고 하면 종종 베트남 사람들이 네가 제일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은 뭐야?하고 물어보곤 하는데, 베트남 먹어본 다양한 베트남 음식들이 많이 있지만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분짜.. 분짜 뿐이다.ㅎㅎ 마찬가지로 만약 한국에 돌아가서 베트남 음식이 뭐가 제일 먹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분짜가 제일 먹고 싶을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으로 제일 유명한 쌀국수랑 반미는 이제 좀 질려 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분짜는 영원히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럼 마지막으로 기억 할 것.. 하노이에서는 분짜를 꼭 먹어보도록 하자.
호안끼엠에 오바마가 방문했다는 유명한 분짜집을 가봐도 좋고, 현지 식당을 가봐도 좋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파는 분짜도 맛있으니 하노이에서는 분짜를 꼭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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