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 거주지에 대한 여러 옵션이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한국 음식을 구하기 쉬운 미딩 근처에 살거나, 롯데 타워가 바로 앞에 있고 아파트 단지에도 빈컴 쇼핑몰이 딸려있어 생활이 편리한 바딩 쪽에 거주하거나 또는 한국 대사관이 있고 하노이 살짝 외곽이긴 하지만 신도시라 길도 넓고 막히지 않는 서서호쪽에 살거나.. 할 수 있었다.
당시 베트남어를 배우기 위해 매일 베트남어 학원에 아침부터 가야했기 때문에 길이 막혀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호안끼엠이나 서호 동쪽은 선택지에 아예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선택지 중에서 나는 조금 더 깨끗하고 안전해 보이고, 공항도 직통으로 갈 수 있어 타 도시로도 이동이 편리한 서서호쪽을 선택해 6개월을 그 곳에서 거주했다.
행정 구역인 군(베트남어로는 Quận 꿘)으로는 박뜨리엠군에 속하는 내가 6개월 동안 살았던 신도시 구역은 넓은 도로에 새로 지은 건물과 아파트, 빌라들이 즐비했고 작년에 새로 개장한 하노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롯데몰 서호점도 가까워 깨끗하고 편리한 점도 있었지만 이제 막 형성되는 구역이다보니 편의 시설도 그렇고 구경거리도 없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단점이 있고, 하노이 중심가에서는 살짝 떨어져 있다보니 이동이 불편해서 잘 돌아다니지 않고 집 - 학원 - 공항(타 도시 여행) 정도로만 나의 일정이 단순화 되었었다. 원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참여해보고 놀러가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강제로 집순이가 되어 살짝 디프레스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다행히 처음 집을 계약할 때 6개월 후에는 서호나 호안끼엠 쪽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반년으로 계약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잘한 결정이었던 것이, 덕분에 서호에서 남은 기간을 지낼 수 있도록 새 거처로 옮길 수 있었다.
다만 다른 곳보다 서호가 외국인도 많이 살고 호수뷰를 볼 수 있다보니 숙소 비용이 비싼 편이다. 나도 외곽에 있을땐 좀 넓은 집에서 살 수 있었는데 같은 예산으로 서호쪽으로 이사오니 작은 방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숙소와 약간의 협상을 통해 필요 없는 옵션을 다 빼는 대신 층수도 원래 내 예산으로 들어갈 수 없는 높은 층에 방에서 호수가 보이는 서호뷰 방을 얻어냈다. 서호뷰를 고집한 것도 정말 잘한 선택인게 일몰시간에 숙소에서 호수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 그것만큼 힐링되는 게 없다.

서호에서 살면 좋은 점중 하나는 치안이 정말 잘되어 있다는 점인데, 물론 기존에 내가 살던 곳도 신도시에 길도 깨끗하고 한국 대사관이 가까이 있어 치안이 좋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밤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휑해서 나가기가 좀 꺼려졌다. 하지만 서호는 외국인도 많고 주변에 식당, 펍 등이 많아 늦게까지 사람들이 꽤 북적여 밤에도 특별히 불안하지 않았다. 특히 이 곳이 외국인 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관리자들이나 대사관 사람들도 많이 사는 지역이라 하노이의 다른 곳보다 치안이 훨씬 좋고 공안이 시시때때로 지키고 있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뭔가 문제가 일어나면 다른 지역보다 해결이 훨씬 빨리된다고..ㅎ...
원래 내가 올해 3월에 베트남에 막 왔을 때 서호근처는 길을 공사하고 있어서 안그래도 좁은 길에 공사까지 하고 있으니 길이 아주 막혔었다. 출퇴근시간에는 아예 일방통행만 하게끔 도로를 통제하기까지 해서 교통상황이 아주 열악했는데 다행히도 그 도로공사가 내가 이사오는 시점인 최근에는 종료되어서 길도 넓어지고 더이상 그렇게까지 막히지 않아 훨씬 살기 쾌적해졌다. 그래도 서호 골목골목이 꽤 좁고 차로 다니기 불편한 곳들이 많아 숙소를 구할 때는 들어가는 입구나 근처 길들이 어떤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큰 도로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구했고 덕분에 길이 막히는 불편은 거의 없다.
서호 호수 주변으로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이사오면서 여기서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하고 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했는데.. 역시나 자주 하진 않는다. 그래도 숙소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한 두어번 서호 주변을 돌고 오긴했다. 만약 아침마다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호 주변이 최적의 장소이긴 하다. 물론 하노이의 여름은 이른 아침이나 밤도 야외 활동을 하기엔 별로 적합하지 않았지만.. 10월 이후 가을로 접어드니 습도도 많이 내려가고 날씨도 매우 선선해져서 운동하기 좋을 것 같았다.

서호 동쪽 중심부에 숙소를 잡으니 근처에 갈만한 곳이 정말 많다. 특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엄청 많음 ㅋㅋ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다보니 다양한 국가의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분위기 좋은 펍이나 바도 많아서 저녁에도 나가놀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한계다 ^^; 그리고 외국 식재료를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는 미니 마트나 식료품도 함께 취급하는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있어 정말 편리하다. 다만 아무래도 하노이 다른 지역보다 물가는 비싼편이다. 식당들도 고급진 대신에 가격이 비싼편..이지만 그래도 한국 물가 생각하면 뭐 당연히 살만하다. 아주 비싼 레스토랑을 가야 한국이랑 비슷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긴하지만 여기로 이사오면서 도보거리에 갈만한 식당이 많아서 주변에 식당을 많이 탐색하고 한번씩 가보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코리안 타운인 미딩쪽에 많이 모여사는데, 거긴 한국음식점도 많고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아서 한국인이 살기 편리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해외에 사는 느낌 + 좋은 인프라를 누리려면 서호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이사온 후로 하루하루 삶의 질이 높아짐을 느끼며 매우 만족하는 중.. 하노이에 거주한다면 서호쪽에 사는 것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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